세상엔 많은 SNS 플랫폼이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1, 인스타그램 등. 그 중 단문형 SNS를 여러가지 사용해보면서 느낀 점이 하나 있다면,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SNS에만 해당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단문형 SNS의 시작

단문형 SNS의 시초격으로는 트위터가 있었다. 단문형이기에 생기는 장점들도 있었고, 단점들도 있었고, 그냥 트위터의 정책상 생기는 문제들도 있었다. 하지만 미투데이 등의 다른 단문형 SNS가 지지부진했기 때문에 단문형 SNS와 트위터는 거의 구분되지 않는 개념이었다.

새로운 단문형 SNS의 부흥

솔직히 말해서 트위터는 여러가지 문제가 많았다. 각자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다르고 그에 대한 해석도 달랐지만, 하나 확실한 건 트위터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숨겨야 하거나 해명을 해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나 또한 한 때 트위터를 하던 사람이었지만, 그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에 얼른 다른 대체품을 찾아다녔고, 2017년부터 마스토돈 서버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때는 비교 대상이 마스토돈 vs 트위터 수준이었기 때문에 그냥 마스토돈과 트위터의 차이를 느끼고 있었을 뿐이었고 대부분은 트위터의 악질적인 기능2을 뺀 마스토돈과 그게 마음에 들어 찾아온 유저층의 차이였다.

마스토돈 이외에 미스키나 플레로마 등의 다른 단문형 SNS가 생겨났고 이 서비스들도 연합우주로 연동이 되었기 때문에 각 플랫폼별 사용자층의 비교는 가능해졌지만 결국 마스토돈으로 유입된 사람들이 기타 다른 연합우주 서비스로 퍼져나간 것에 가까웠고 마스토돈 vs 트위터 급의 차이는 없었다.

블루스카이라는 존재도 있었지만, 그건 그냥 트위터 리부트도 아니고 애매한 뭔가였는데, 따로 언급할만한 내용은 별로 없다.

연합우주에 연동되는 상업적 SNS, Threads의 등장

페이스북, 그러니까 Meta는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사용 가능한 단문형 SNS인 Threads를 출시했고, 연합우주와 연동이 될거라고 홍보했다3.
사람들은 드디어 메타 같은 회사가 연합우주에 참가하면 공식 계정들의 소식을 보러 망할 X로 가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니냐며 기대하기도 했고, 기존 연합우주에 안 좋은 영항을 끼칠 거라며 걱정하기도 했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음모론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냥 조용히 되다만 연합을 만들었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말이다.

거대기업이 만든 SNS였기 때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가입을 했고, 새로 나온 SNS가 겪게 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지나가는 것을 나는 날것으로 보게 되었다.

  1. 기능을 둘러보는 사람들이 먼저 가입하고 이것저것 해본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들도 왕창 퍼진다
  2.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팔로워를 긁어 모으기 위해 각종 이상한 짓거리를 다 하다가 사라진다
  3. 질 낮은 광고들이 등장한다. 얘들은 아주 빠르게 사라진다
  4. 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빅 웨이브가 등장한다. 원래 사람들은 성적인 이야기에 열광하기 마련이긴 하다
  5.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다가 “사람이 많아서” 생기는 문제들이 발생한다
  6. 웬만큼 겪을 문제들은 다 겪고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며, 끼리끼리 모여서 놀게 된다. 가끔가다 문제는 역시 터진다
  7. 광고인지 아닌지 모를 교묘한 광고들이 등장하고 일부 사람들은 거기에 휘말려 피해를 입기도 한다
  8. 이런저런 문제가 쌓이다가 그냥저냥 생명만 유지하는 플랫폼이 된다

메타의 스레즈는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된 것으로 보이는 상태였다.

스레즈에서 다시 겪은 괴롭힘

트라우마에 가까운 안 좋은 기억이지만 트위터를 그만두게 된 계기는 불특정한 사람들의 끊임없는 괴롭힘과 그걸 조장하는 듯한 시스템의 플랫폼이었다. 마스토돈으로 건너온 뒤로는 그런 일을 전혀 겪지 않았고 나는 그게 트위터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스레즈에서도 비슷한 일을 겪게 되었고, 이상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했던 내가 며칠 마음고생을 했다. 그래서 스레즈도 너무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다.

마음을 정리한 후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결국 이건 개인의 문제보다는 사회적인 문제고, 시스템이 만들어낸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그랬더니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상업적 SNS의 차이점과 문제점

일단 마스토돈이나 미스키 등의 자유소프트로 만들어진 곳은 타임라인이 그냥 단순한 시간순이다. 트렌드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개인 맞춤화된 알고리즘 피드는 아직까지는 없다. 그래서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

알고리즘은 결국 사용자가 더 관심을 가지고 더 반응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시간을 그 플랫폼에서 머무르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내가 야옹이 사진에 좋아요를 막 누르면 다른 모르는 사람이 올리는 야옹이 사진도 추천해주는 좋은 알고리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알고리즘은 다소 무식하다.
“답글을 남긴다”라는 행위는 이 알고리즘에게 굉장히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작용한다. 좋아요를 누르는 것에 비해 답글을 남긴다는 행위는 단문형 SNS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반응이고, 그만큼 더 많은 시간을 잡아둘 수 있고, 컨텐츠가 되며, 결과적으로 운영자에게 돈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 악플러를 첨가하면 문제가 생긴다. 악플러는 답글을 매우 적극적으로 남기는 사용자층이다. 그리고 이들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악플을 남기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 스레즈의 경우엔 셀카를 올리는 여성이 주 대상이었다.

악플러는 셀카를 올린 여성에게 온갖 악담을 남긴다.
알고리즘은 그것을 학습해 “이 사람에게는 여성의 셀카를 주면 더 많은 시간을 머물며 컨텐츠를 재생산한다”고 판단한다.
알고리즘은 이 악플러에게 또다른 여성 셀카를 추천해 준다.
또다른 피해자를 계속해서 만들어낸다.

마치 기묘한 괴담처럼 느껴지는 이 과정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게 된다. 몇몇 사람들은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이상한 사람들을 차단하면 쾌적해진다고 하지만, 단련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을 겪으면 사람이 망가지기 마련이고, 저런 악플러들은 차단한다고 끝이 아니다. 복제품들이 계속해서 나오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그런 부류를 차단하며 SNS를 사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연합우주에서 몇 년을 지내본 사람들은 그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럼 그 근본적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상업적 SNS의 한계

위 내용까지만 보면 그냥 “알고리즘 피드”의 문제점으로 보인다. 비상업적 자유소프트 SNS들도 알고리즘 피드를 적용하면 저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의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상업적 SNS는 돈이 목적이다. 우리는 해당 SNS를 무료4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건 그냥 우리의 개인정보를 팔고, 광고를 보여주며 돈을 벌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차이가 생긴다.
SNS는 규모가 커지면 유지비용이 훨씬 늘어나게 된다.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규모가 커지는만큼 돈을 더 벌기 때문에 기업들은 규모를 키우기 바쁘다. 어떻게든 사용자 수를 부풀리고, 접속을 유지하도록 하고, 더 많은 컨텐츠를 생산하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걸 위해 알고리즘을 만든다.

알고리즘에 의해서 피해자가 발생해도 돈이 된다면 방치한다. 그 플랫폼에도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고 규칙을 위반하면 퇴출당할 수 있다 말하지만, 사실 방치해서 돈이 된다면 눈을 가리고 못 본 채 한다. 아무리 신고해도 그대로 살아있는 계정을 우리는 많이 보지 않았나?

반면 비상업적 SNS는 다르다. 유용한 정보를 생산하는 고마운 사용자든, 악성 유저든 유지비용은 규모에 따라 똑같이 들어간다. 다만 악성 유저를 남겨 둘 이유가 전혀 없다. 자신이 운영하는 터에 안 좋은 소문이 나서 좋아할 사람이 어딨겠는가. 돈이 된다면 그나마 유지하는거지, 돈이 안 된다면 좋아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비상업적 SNS에서는 악성 유저가 나타나면 빠르게 제거된다. 특히나 연합우주의 경우 서로 연동이 되기 때문에 악성 유저를 고의로 방치하는 경우 더 문제가 되기 때문에 더더욱 빠르게 제거된다.
이런 상황에선 알고리즘 피드가 들어온다고 해도 그렇게 큰 문제는 거의 생기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제거하고 같은 놈에게 당하는 피해자는 덜 생기는 것이다.

여담

그럼 무료가 아니면?
잡아두는 시간을 늘려가며, 어그로를 끌어가며 사용자를 잡아두는 게 광고 때문이라면, 광고 없이 사용자에게 직접 돈을 받고 운영하면 어떻게 될까? 그건 아직 모르지만 비슷한 경우를 생각은 해 볼 수 있다.
이미 일부 연합우주 서버들은 후원금을 받아서 서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럴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은 몇 가지 있긴 하다.

  1. 후원금에 의존해 규모를 늘렸지만 후원이 갑자기 줄어들었을 때
  2. 후원해 주는 사람이 뭔가를 요구하기 시작했을 때

두가지 다 공통적인 해답이 있다. 한두 사람이 한 번에 많은 금액을 내는 것보다는 많은 사람이 조금씩 꾸준하게 내는 것이 더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다.

이 글은 “인터넷을 다시 우리 품에”라거나 “상업적 SNS를 규탄한다” 하는 글이 아니다. 그냥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근본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하는 글이다. 그리고 난 그저 그 중 한쪽이 더 편안하다고 느낄 뿐.


  1. 현 𝕏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모든 곳에서 “X (구 트위터)” 혹은 “X (Formerly known as Twitter)”라고 표기한다. 이 쯤 되면 “X (구 트위터)”가 하나의 이름 아닌가 

  2. 인용이 답글처럼 알림이 가고, 비공개 계정의 인용 카운트가 합산이 되는 등의 특징을 아주 잘 활용한 각종 괴롭힘 방법 등 

  3. 홍보가 거짓은 아닌 수준으로만 구현되었고, 아직은 사실상 연동이 안 된다고 보는 게 맞다. 

  4. 어딘가의 단문형 SNS는 넷플릭스보다 비싼 요금을 내면서도 여전히 광고를 보면서 자신들이 컨텐츠를 생산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그 곳이 이상한 거고